내가 서역행을 맹세한 후 동쪽으로는 한 걸음도 물러선 적이 없었소. 비록 서쪽으로 가는 길에 죽을지언정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오.

(누런 모래가 까마득히 끝이 보이지 않는 막하연적에서 현장은 100여 리를 가다가 방향을 잃었다. 야마천을 찾기는커녕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칠대로 지친 현장이 물을 마시기 위해 가죽 주머니를 꺼내다가 가죽 주머니가 그만 손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쏟아진 물이 모래땅 속으로 모두 스며들었다.
사실 물을 잃었다는 것은 사막을 지나는 자에게 치명적이었다. 크게 낙담한 현장은 물을 구하기 위해 네 번째 봉화대로 돌아가려고 말머리를 돌렸다. 그때 현장의 머릿속에 과거의 결심이 떠올랐다.
"내 처음 서역으로 가려는 계획을 세웠을 때 인도에 도착하지 못하면 동쪽으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으리라 결심하지 않았는가. 지금 동쪽으로 돌아가 살 길을 구하느니 차라리 서쪽으로 가 죽는 게 낫겠다.")

http://jinto.pe.kr/1029 현장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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